스테이크는 고급요리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스테이크는 비교적 비싼 음식에 속한다. 예를 들어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2년 4월 15일,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에서 침몰하기 전날 밤, 타이타닉호 레스토랑에서는 일등석 승객을 위한 만찬이 열렸는데, 모두 10가지의 코스 요리가 나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전채 요리로 생굴과 콘소메스프, 크림소스를 곁들인 연어요리가 나왔고 이어지는 첫 번째 메인 요리로 필레미뇽 스테이크와 튀긴 닭인 라요네즈 치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어 두 번째 메인 요리로는 썰로인 스테이크와 구운 양고기, 그리고 오리구이 중에서 택일을 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가 외식을 하면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마다 헷갈리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닌데 비프 스테이크는 종류와 이름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스테이크의 유래와 역사, 스테이크의 종류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1. 스테이크의 유래와 역사
스테이크의 기원
불과 고기의 만남 (선사 시대 ~ 고대) 스테이크의 역사는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고기를 익혀 먹기 시작한 선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날것으로 먹던 고기를 불에 구워 먹으면서 인류는 더욱 안전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죠. 특히 사냥을 통해 얻은 커다란 짐승의 고기는 덩어리째 불에 구워 부족 구성원들과 나누어 먹는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자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고대 문명에서도 고기를 불에 굽거나 로스팅하는 방식은 흔했습니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불에 굽는 모습이 나타나며,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도 아킬레우스가 불에 구운 고기를 병사들에게 대접하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로마시대
로마 시대에는 ‘아싸툼(Assatum)’이라고 불리는 구운 고기가 일반적인 음식이었으며, 이는 오늘날 로스트(Roast)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고기를 불에 직접 구워 먹는 단순한 조리법은 스테이크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특별한 부위나 조리법이 구분되지 않았지만, 덩어리째 구운 고기는 그 자체로 귀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이었습니다.
중세 시대
귀족들의 향유물 중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육류는 주로 귀족 계층의 전유물이 되었습니다. 넓은 영지를 소유한 귀족들은 사냥을 즐기고 다양한 가축을 길러 풍족한 육류를 섭취할 수 있었죠. 이들은 질 좋은 고기를 선호했으며, 요리사들은 고기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세 유럽의 연회에서는 통째로 구운 짐승이나 커다란 고기 덩어리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등장하곤 했습니다. 이는 권력과 부를 과시하는 상징이었으며, 참석자들은 칼로 고기를 잘라 각자의 몫을 가져갔습니다. 이때부터 특정 부위를 잘라 굽는 방식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개별적인 스테이크 요리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중세 시대의 육류 요리는 주로 로스트나 스튜 형태였으며, 스테이크와 유사한 형태는 귀족들의 식탁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요리의 발전과 스테이크의 태동 르네상스 시대는 예술, 문화뿐만 아니라 요리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입니다. 향신료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향신료가 유럽에 유입되었고, 이는 육류 요리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요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기의 특정 부위를 섬세하게 다루고 조리하는 방식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발전한 르네상스 요리는 프랑스로 전파되어 프랑스 요리의 기초를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프랑스의 왕족과 귀족들은 뛰어난 요리사들을 후원하며 고급 육류 요리를 즐겼고, 이 과정에서 스테이크와 유사한 형태의 요리가 탄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에도 ‘스테이크(Steak)’라는 용어가 명확하게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질 좋은 소고기의 특정 부위를 잘라 구워낸 요리가 귀족들의 식탁에 오르면서 현대적인 스테이크의 모습을 조금씩 갖춰나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대 시대
스테이크의 대중화와 전문 용어의 등장 17세기 이후 근대 시대에 들어서면서 스테이크는 점차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영국에서는 질 좋은 소고기가 풍부했고,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류의 스테이크 요리가 개발되었습니다. 18세기에는 ‘비프스테이크 클럽(Beefsteak Club)’이라는 사교 모임이 등장할 정도로 스테이크는 영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었습니다. 이 클럽의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질 좋은 스테이크와 맥주를 즐기며 친목을 도모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스테이크의 특정 부위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인(Loin)’, ‘립(Rib)’, ‘럼프(Rump)’ 등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부위별 명칭들이 확립되면서 스테이크는 더욱 전문적인 요리 영역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산업 혁명과 스테이크의 확산
19세기 산업 혁명은 스테이크의 대중화에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농업 기술의 발전으로 소고기 생산량이 증가하고, 철도망의 확충으로 신선한 고기의 유통이 용이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에는 광활한 목초지에서 사육된 풍부한 소고기가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스테이크는 미국인들의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습니다. 카우보이들은 캠프파이어에 커다란 덩어리의 소고기를 구워 먹으며 고된 노동의 피로를 풀었고, 이는 미국의 스테이크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9세기 후반에는 현대적인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레스토랑들은 엄선된 품질의 소고기를 다양한 부위별로 제공하고, 숙련된 요리사들이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는 조리법을 선보이면서 스테이크는 고급 요리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20세기 이후
스테이크의 다양화와 현대적인 트렌드 20세기 이후 스테이크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으며,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습니다. 티본, 포터하우스, 필레미뇽, 채끝, 안심 등 다양한 부위의 스테이크가 개발되어 각기 다른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팬 프라이, 그릴, 오븐 등 다양한 조리법이 활용되고 있으며, 수비드(Sous-vide)와 같은 현대적인 조리 기술이 접목되어 더욱 섬세한 맛과 질감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하는 다양한 소스와 신선한 채소, 감자튀김 등 다채로운 가니쉬가 함께 제공되면서 한층 풍성한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드라이 에이징(Dry aging)과 웻 에이징(Wet aging) 등 숙성 기술이 발달하면서 스테이크의 풍미와 부드러움을 극대화하는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2. 스테이크의 종류
T-bone 스테이크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스테이크 중 하나가 T-bone 스테이크이며 문자 그대로 쇠고기에 T자 모 양의 뼈가 들어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T-bone 스테이크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고기를 동시에 맛볼 수 있도록 구웠는데 T자 모양의 뼈를 기준으로 한쪽에는 등심이, 또 다른 한쪽에는 안심 이 붙어있는 것이 T-bone 스테이크의 특징이다.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T-bone 스테이크 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것은 포터하우스(Porterhouse) 스테이크이다. 보통의 T-bone 스테이크와 달리 등심보다 안심살이 더 많은 스테이크로 1814년 뉴욕 맨하튼의 한 식당에서 처음으로 선 보였다. 포터하우스는 짐꾼들의 집이라는 뜻이 아니라, 아일랜드의 흑맥주인 포터, 즉 술과 고기를 파는 역마차 역의 주점을 뜻하는 단어다. 어느 늦은 밤, 식사 때를 놓친 선장이 포터하우스에 들려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하지만 재료가 떨어진 주인이 양해를 구하고 가족들과 먹으려고 남겨 두었던 뼈에 붙은 고기를 스테이크처럼 구워서 제공한 것이 크게 히트했다고 한다.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라는 이름이 생긴 것은 우연이지만 동시에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19세기 초 T-bone 스테이크가 포터하우스를 중심으로 유행을 했는데, 당시만 해도 냉동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교통의 요지였던 포터하우스가 신선한 쇠고기의 유통 중심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세계적으로 유명한 T-bone 스테이크가 또 하나 있다. 르네상스의 발원지, 이탈리아 피렌체의 명물인 피오렌티나 스테이크이다. 메디치 가문을 일군 로렌초 디 메디치가 축제 때 불에다 고기 를 구운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고, 근대에 영국 관광객들이 유행시킨 스테이크라는 설도 있 지만 모두 확실치는 않다. 다만 피렌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한번쯤은 먹어 봐야 서운 하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세계적인 명물 음식이 됐다.
3. 스테이크에 얽힌 이야기
썰로인, 등심 스테이크
썰로인(Sirloin)은 등심 스테이크이며 조선시대에 정승 벼슬을 하사 받은 정삼품 소나무가 있는 것처럼 영국에서 귀족 작위를 받은 스테이크로 알려져 있다. 영국왕 찰스 2세는 스테이크를 무척 좋아했다고 하는 일화가 있는데 어느 날 등심을 구운 스테이크가 식탁에 올랐는데 너무 맛이 있어서, 검으로 기사작위를 주는 것처럼 들고 있던 나이프를 스테이크에 얹고 “그대에게 작위를 수여하노라”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소의 허릿살을 뜻하는 로인(Loin) 앞 에 작위를 뜻하는 수식어 ‘써(Sir)’가 붙어 썰로인이 된 이유이다. 18세기 영국에서 적지 않은 문인들이 이 에피소드를 인용했는데 그 중 한 명이 18세기 영국의 저명한 문학가인 사무엘 존슨이다. 실제로 썰로인의 ‘써(Sir)’는 작위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오버(Over)라는 뜻의 중세영어로 허릿살 윗부분의 고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뉴욕 스트립
뉴욕 스트립(NewYork Strip) 스테이크도 있는데 갈빗살, 또는 등심 스테이크 종류인데 일반적으로 등심 중에서도 기름기가 가장 적은 부분의 살로 구운 스테이크라고 한다. 고기를 자른 부분이 뉴욕주의 지도와 비슷해서 생긴 이름이라는 설도 있지만 뉴욕에서 발달한 스테이크이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라는 설이 더 유력하다. 간혹 델모니코(Delmonico)라는 스테이크 이름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뉴욕 스테이크 종류다. 1837년 뉴욕에서 문을 연 미국 최초의 현대식 레스토랑에서 서비스한 스테이크라고 하고 링컨과 루스벨트 대통령이 들렸던 식당이었고 60-70년대 미국 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던 원 조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다.
샤토브리앙
안심을 구운 것은 텐더로인(Tenderloin) 스테이크이다. 부드러운 허릿살로 구운 스테이크인데 그 중에서는 샤토브리앙(Chateaubriand)이 널리 알려져 있다. 얼핏 들으면 와인이름 같지만 사실은 루이 18세 때 내무장관을 지낸 프랑스 남작의 이름이다. 19세기 초, 샤토브리앙 남작의 주방장이 안심 중에서도 특히 맛있는 가운데 부위로 구운 스테이크를 개발하면서 요리에 고용주인 샤토브리앙 남작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필레미뇽
타이타닉호 최후의 만찬에서 보이는 필레미뇽(filet mignon) 역시 안심 스테이크 종류다. 이름을 보면 어느 귀족과 관련된, 그럴듯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단순하게 맛있는 안심고기라는 뜻의 프랑스 말일 뿐이다.
립아이 스테이크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테이크가 립아이 스테이크로 갈빗살로 구운 스테이크이다. 특히 립아이(rib-eye) 스테이크는 부드럽고 풍미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갈비인 립(rib)과 눈인 아이(eye)라는 단어가 결합된 이름이 특이하지만 여기서 ‘립아이’는 갈비의 눈이 아니라 고기를 자를 때 쓰는 전문용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꽃등심 스테이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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