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고사상에는 어김없이 돼지머리가 놓여 있습니다. 큼지막한 돼지머리가 웃는 듯한 표정으로 놓여 있는 모습은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익숙한 풍경입니다.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 또는 중요한 시험이나 행사를 앞두고 무사고와 성공을 기원하며 지내는 고사에 돼지머리는 빠질 수 없는 상징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풍습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왜 하필 돼지머리일까? 정말 효험이 있는 미신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하기에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문화 현상이며, 그 안에는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상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는 이유와 이것이 과연 미신인지를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살펴볼게요.
1.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놓고 비는 풍속 역사와 기원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놓고 비는 풍습은 옛날부터 전해진 풍속으로 풍년을 기원하거나 임금이 하늘에 제사를 올릴 때도 돼지머 리를 제물로 바쳤는데 예전부터 이어진 전통으로 고사상의 돼지머리를 당연한 풍습으로 여기지만 왜 하필 돼지머리일까? 고사(告祀)는 한국의 전통적인 민간신앙 의례 중 하나로,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거나 재앙을 막기 위해 신이나 조상에게 음식을 바치고 소원을 비는 행위입니다. 그 기원은 고대 사회의 제천의식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삼국시대의 기록이나 조선시대의 풍속화에서도 제사나 굿과 유사한 의례를 통해 복을 빌고 액을 막았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돼지가 고사상에 오르게 된 구체적인 시기는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돼지는 우리 민족에게 매우 친숙하고 중요한 가축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으며, 제례의 희생 제물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돼지는 번식력이 뛰어나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많은 자손과 재산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고사상에 올려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대 사회에서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행위는 신에게 정성을 보여 소원을 빌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중요한 의례였습니다. 돼지는 비교적 구하기 쉽고 풍족함을 상징했기에 중요한 제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을 것입니다. 또한 돼지중 멧돼지를 예로 들면 이 동물의 용맹함과 강인함은 액운을 쫓고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고사를 통해 안전과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이 돼지머리에 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통해 돼지머리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신성한 의미를 지닌 제물로 인식되었고, 고사의 중요한 상징물로 자리 잡게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돼지는 집에서 기르는 가 축으로 소중한 재산이 되어왔으며 때문에 돼지를 재물과 동일시했다. 또 돼지의 한자인 돈(豚)과 화폐인 돈(金)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돼지를 재물로 여겼다. 돼지는 한 배에 여러 마리씩 새끼를 낳는데다 잘 먹고 잘 자라서 번식력이 뛰어나다. 때문에 돼지가 재물과 복을 상징하게 됐다는 것이다. 무속에서는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는 이유를 돼지는 집안에서 키우는데 돼지를 양육할 때 집 안의 음식 잔여물 및 오물을 먹고 성장하여 우리에게 양식이 되어주기 때문에 집안의 안 좋은 기운을 소멸하고 운을 달라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돼지의 생김새, 돼지의 속성을 들어 돼지가 재물과 복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해석하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일차원적인 단순한 해석인데다 돼지의 생김새, 돼지의 속성 때문에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돼지한 테 소원을 빈다면 미신 중에서도 그런 미신이 없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근거 없는 단순한 미신을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믿었기 때문에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는 것이 전통, 민속, 풍속으로 굳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2.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놓는 이유, 돼지를 통해 소원을 비는 이유가 단지 돼지가 역사적으로 또 신화 에서 신과 인간을 잇는 소통의 매개체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따지고 보면 돼지는 그 자체가 신이 었다. 돼지 자체가 재물과 복을 내려주는 신이었을 수 있고, 또 하늘과 인간을 잇는 소통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돼지머리를 놓고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동양,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먼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고대의 돼지를 숭배하는 돼지 토 템신앙과 도교신앙, 불교신화, 그리고 무속신앙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돼지를 숭배하는 신앙에는 북두칠성이 하늘과 인간 세상을 다스린다는 고대의 동양 천문사상과 도교사상이 가장 큰 배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문과 기상을 하늘의 뜻으로 여겼던 옛날에는 밤하늘에 떠있는 북두칠성에 살고 있는 신들이 세상을 다스린다고 믿었다.
도교의 북두칠성 숭배 신앙이 그것이다. 불교 사찰에 모셔진 칠성당 역시 북두칠성 숭배신앙의 결과다. 북두칠성 신앙은 이렇게 불교가 들어오면서 수용되고 도교가 들어오면서 더욱 두드러져 민중 신앙으로 발전했다. 특히 도교에서 북두칠성은 인간의 수명과 복을 담당했고, 칠성 신앙은 조선시대에 두드러졌지만 고구려 시대부터 존재했다. 북두칠성 자체가 돼지가 아니라 돼지가 북두칠성에 사는 신중의 한 명으로 그려 지기도 한다. 돼지가 하늘에서 쫓겨 온 신이라는 믿음의 원형은 소설 서유기에서 볼 수 있다. 저팔계는 죄를 짓고 하늘나라에서 쫓겨난 돼지 신으로 천상에서는 천봉원수(天蓬元帥)였다. 술에 취해 선녀인 항아를 희롱했다가 천상세계에서 인간세계로 쫓겨났다.
땅으로 내던져질 때 착오로 사람이 아닌 돼지 탯줄을 던져서 인간의 몸에 돼지 머리를 하고 나온 것이다. 저팔계로 상징되는 돼지는 바로 북두칠성에 사는 신(豕神)이었다. 그것도 서열상으로 첫 번째 신인 천봉(天蓬)으로 사람의 수명과 부귀와 영화 그리고 자손의 번창을 주관하며 종과 자를 가지고 다니 면서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인간의 수명을 관장했을 뿐만 아니라 도량형의 기준인 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곡식과 재물을 관할 했다. 돼지가 재물과 연결되는 이유이며 돼지머리에 돈을 꽂아 놓고 비는 이유는 먼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돼지 토템신앙에, 돼지가 북두칠성의 화신이라는 도교적 신앙과 우리 민족 고유의 칠성 신앙, 그리고 삼국사기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돼지를 하늘과 인간을 연결짓는 매개체라는 믿음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만들어진 풍속 일 것이다.
고사상의 돼지머리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맹목적으로 미신으로 몰아세울 것도 아니고, 진기하고 우스운 풍경으로 삼을 것도 아니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의 신화와 신앙, 그리고 풍속의 의미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고사상 돼지머리를 단순히 비과학적인 미신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형성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이자 소망을 담은 상징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돼지머리에는 풍요, 번창, 안전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과 공동체의 화합을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으며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며,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고사와 돼지머리에 담긴 문화적 의미와 공동체 정신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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